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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무대뽀 정신을 설파하신 '넘버 3' 선생 이 영화에는 필자가 살아온 이력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욕설과 단어가 난무한다. 이런 욕과 은어는 ‘뺑끼통’이란 소설 이후 처음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마 초등학생이었던 거 같다. 이때는 가끔 큰언니나 아빠가 읽는 소설을 몰래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뺑끼통’은 진짜 읽으면서 더럽고 무서운 기분이 들었던 거 같다. -- 년도를 정확히 기억해보려고 인터넷 교보문고에 갔더니 검색이 되지 않는다. 세상에나... 네이버에도 없고, 그런 책이 있기는 했던 걸까--‘넘버3’ 선생의 말투는 거칠다. 보통이 씨-발이고, 기분 좋으면 좆-까라고 하고 도무지 적응이 안된다. 필자가 2002년 시나리오를 배운다고 설레발이 칠 때부터 배운 게 많다. 포카, 화투, .... 그리고 욕설. 사실 지금 영화를 보니 이해가 더.. 더보기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하여튼 다르다. 1. 하여튼 다르다. 지금 와서 하는 얘기지만, 난 극장에서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나간 적이 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로도 그런 실례는 다시 저지르지 않았다- 송파 신사거리를 올라가면 엄마손 백화점에 싸구려 삼류극장이 있었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여름이었다. 에어콘이 고장 났던가... 그 좁은 극장 안의 땀내로 가득하고 찝찔한 느낌은 영화 그대로였다. 게다가 옆자리의 군대 휴가를 나온 비호감인 남자친구랑 날아다니는 파리... 이 모든 것이 하나가 되어서 그 영화를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은 96년도에 개봉한 영화를 새삼 다시 씹으려거나 이미 답안이 나와있는 영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 미리 밝히자면 ‘돼.. 더보기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번지점프를 하다', 그래도 고은님이 그립다. 1. 오르가즘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를 읽다가 그 향기에 취해 가슴이 붕 뜨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이걸 오르가즘이라고 해도 좋을까. 그 단편을 읽는 동안은 적어도 가슴이 환해졌었다. 시나리오를 읽다가 오르가즘 -- 물론 야한 영화를 논하는 게 아니다 -- 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오르가즘은 커녕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것도 곤혹이다. 개봉된 영화들은 그래도 낫다. 끝까지 읽기 쉽지 않은 것일수록 본인은 예술이라고 생각하니 뭐라 할 말도 없다. 사실 끝내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은 시나리오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집으로 지어지지 않은 설계도가 아무 의미도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도 어떤 것들은 가치있어 보이기도 한다. 오늘 말하는 ‘번지점프를 하다’가 그런 시나리오다. 그럼 내가 이 시나리오를.. 더보기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연애의 목적', 대사는 적게 해다라는 주문에 대해서 ‘젖었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인상이 정말 잊혀지지 않는다. 2003년에 본 ‘연애의 목적’의 줄거리는 전혀 생각 안나고 끝이 굉장히 슬펐다는 기억만 남은채로 영화를 봤었다. 그리고 이야기가 좀 정치적(?)으로 변해서 당황했다. 그래도 첫 씬은 똑같구나. ‘젖었어요’가 명대사는 아니지만 영화시작하고 처음하기에는 좀 거북스런 말은 틀림없다. 고윤희 작가는 이 작품으로 데뷔를 했는데 그 다음 영화는 어떻게 되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 작품이 머리를 빡빡 밀고 집안에서 틀어박혀서 쓴 것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믿거나 말거나. 시나리오를 쓰다보면 특히 공동작업주체가 작가가 아닌 기획팀이나 감독일 때, 처음에 분명히 못을 박는 한마디 주문이 있다. ‘대사로 풀어가는 건 싫다’ 아마도 작가가 대사 나부랭이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