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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애니어그램에 따른 캐릭터 유형(1) “나는 올바르며 착하다” [그때 그사람들]

 

.완전하고 싶은 배우 한석규씨에게-


안녕하세요. 에니어그램 첫 번째 주자로 선택되신 걸 축하드려요. 이번 시리즈는 어떻게 진행할지 고민하다가 특정 배우에게 직접 말하는 형식을 취하게되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본인의 이미지가 영화속 인물들에 반영되기 때문인지 혹은 감독의 자아가 투영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당신이 연기한 인물들은 1유형이 많습니다. 특히 <쉬리>, <이중간첩>, <그때 그사람들>,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에서는 현실과 이상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전형적인 1유형이었습니다. 4유형이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에 관심이 있다면 당신은 옳고 그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때 그사람들>을 보면. 당신은 그 때 궁정동 로비에서 김부장(백윤식)이 불렀을 때 멈칫했지요? “어..오늘이다. 어? 내가 처치한다 잘못되면 자네들이나 나나 다 죽어. 어떻게들 생각해?” 일단은 안된다고 하던 당신이 돌아선 것은 무엇때문이었습니까. “포함? 그게 직격 목표물이야! 차실장은 덤이구. 민주주의를 위해... 자결하는 마음으로...같이 가는 거야. 그게 사나이 길이야. 같이 가자” 김부장은 당신이 누군지 제대로 알고 있었네요. 대의와 명분이 주어지자 당신은 기꺼이 나섭니다. 옳은 일이라는 확신이 있으면 당신 뭐든 하잖아요. 뭐 영화에서는 중구난방으로 일이 진행되어서 생각할 틈도 없었을 것 같지만요. 그리고 당신이 모시던 김부장이란분 ‘돈키호테’란 묘사가 나오던데. 이상화가 심화되면 1유형은 그렇게 변하기도 한다더군요. 


당신은 8번 9번 유형과 함께 장중심의 사람입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힘과 정의에 관심을 갖습니다. “내가 어떻게 여기에 ‘있게’ 되었을까” 합니다. 너무 추상적인가요? 1유형은 화를 잘 내고 요구가 많습니다. 그것은 어린아이였을 때 알았던 아름다운 세계의 이미지가 깨졌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어린시절을 가정해본다면 이렇습니다. 부모 중에 도덕적인 완벽주의자나 어떤 것에도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이 있었을 것입니다. 칭찬에 인색한 그분들 덕분에 당신은 선에 대해서 보통 이상의 기준을 갖게 된 것입니다. 이해합니다. 제가 바로 그 1유형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싫어하는 프로이드에 따르면 모범적인 어린이는 너무 일찍부터 ‘청결’하다고 합니다. 당신은 어린시절부터 ‘너는 완벽할 때만 좋다’는 신호를 보내는 사람들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 진정한 자아발달을 거부해왔습니다. 어린아이답지 않은 어린시절을 보냈습니다. 너무 일찍 어른처럼 행동했기 때문입니다. 


1유형이 아닌 사람은 그 끝없는 내면의 심판이 얼마나 지칠 때까지 진행되는지 상상할 수 조차 없을 것입니다. 완벽에 대한 추구로 인생도 사람도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되지 않기 때문에 항상 좌절한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불완전함 때문에 실망하지요.

대체로 우리 같은 유형은 의무와 책임을 중요시하고 강박적으로 시간을 잘 지킨다고 합니다. 조금 우습지만 많은 사람들이 일기도 쓴답니다. 진지해서 농담을 거의 하지 않거나 농담의 알맹이를 잊어버린다네요. -저는 무척 유머를 좋아해서 이 부분 때문에 자신이 7유형이 아닌지 가끔 생각한답니다 - 자신을 부정하고 벌하는 경향이 있고 자아의 욕구와 감정을 억제하거나 심지어 죽이기까지 한답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며 그저 인생을 즐기는 것을 몹시 힘들어한대요. 


당신을 움직이는 에너지는 ‘분노’입니다. 종교적인 표현으로는 ‘죄’이구요. 우리는 세계가 너무나도 불완전해서 화가나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구요. 그런데 ‘분노’한다는 것조차도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에 화조차 내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사람들은 당신이 화를 내는 것을 좀처럼 보지 못합니다. <이중간첩>에서 당신은 남한조직의 총책인 송경만을 정보부 취조실에서 만나지요. 그 자리에서 1유형의 방어기제가 나옵니다. 자신의 편인 그를 고문해야할 상황에 닥쳤을 때 ‘반동형성’이 이루어지더군요. 저도 처음 듣는 말인데... 흠 반동형성이란게 자신이 하면 안되는 것을 해야 할 때 반대로 행동하는 것이랍니다. 미운사람에게 더 잘해준다거나 하는 것 말입니다. 근데 그게 어색해서 다른 사람이 금방 알아챈답니다. 


선에 대한 집착 때문에 인격이 성숙하지 못한 1유형은 이중생활을 하기 쉽습니다. 그러니까 남들이 없거나 낯선 곳에서는 당신의 어두운 면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주홍글씨>에서는 언뜻 출세지향적인 3유형인 것처럼 보이지만 다시생각해보면 1유형이 맞습니다. 당신은 착실한 가장이자 모범적인 형사였죠. 그런데 은밀히 정부를 두고 그와는 또 다른 사랑을 하죠. 그리고 마지막에 차 트렁크에 갇혔을 때 말입니다. 그때는 정말 1유형 같았습니다. 끝까지 자기는 아내를 사랑했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더군요. -자기합리화도 반동형성에 포함된다고 하더군요-


인격이 성숙된 1유형은 ‘균형감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공정하길 원하기 때문에 언제나 다른 측면까지 봅니다. 성숙한 1유형이 합리적인 대답을 하는 것은 이미 내면에서 비판을 통과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유형을 반박하기란 어렵습니다. 미성숙한 1유형은 모든사람을 비판하는 까다로운 도덕가가 되기 쉽습니다. 자신과 이상을 동일하게 여기기 때문에 대단히 거만하고 독선적인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심지어 당신이 한마디도 하지 않을 때조차도 타인들은 끊임없이 당신에게 비판을 받는다고 느낍니다. 

 

 

한석규씨 당신이 받아들이면 좋은 충고는 ‘성장’이랍니다. 너무 일찍 어른이 된 당신의 어린아이(?)를 성장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세계의 불완전을 받아들이세요. 김용의 소설중에 ‘어린 매가 자라면 언제고 여우는 잡게 마련인데 내 어찌 중벌을 내리겠느냐’란 구절이 있습니다. 다른 이들도 자라고 아직 완벽하지 않습니다. 뭐 취미로 집에서 화분을 키우시거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성장시키는데 주력하십시오.


조금 고민이 되는 부분인데 배우란 직업이 여러 얼굴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1유형의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서 그게 이미지가 정형화된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가능한 많은 역할을 하고 변신을 해야하지만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꼭 갖고 있어야 한다고. 이 역은 한석규가 아니면 안돼... 이렇게 나오면 좋을 것 같아서요. 향수도 베이스 노트, 미들 노트, 탑 노트가 있잖아요. 그저 당신의 ‘완전하고 싶다’는 속성은 베이스 노트로 간직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베이스노트가 나와서 하는 얘기인데, 본 성품 이외에 당신에게는 이웃하는 두 개의 성품이 날개로 붙습니다. 9번유형과 2번유형입니다. 대부분은 생에 초반에 한쪽날개만을 발달시킨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그이후에 발달하고요. 제 경우에는 9번 날개가 발달되어서 1유형의 융통성없고 부지런한 성격에 더하여 편안하고 게으른 성품이 있습니다. 어떻게 부지런하면서 게으를 수 있는가 묻는다면... 글쎄요. 저도 이해가 안갑니다. 한석규씨의 경우 어떤 날개가 발달했는지 더 두드러지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언뜻 봐서는 친절하고 상냥한 2유형이 보이기도 하네요. 조금 다른 이미지가 보이는 것은 <미스터주부퀴즈왕>이었습니다. 거기서는 9유형처럼 보였거든요. 좀 더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위의 표를 보시면 위안점과 스트레스점이 표시되어있습니다. 앞으로 계속 설명이 되겠지만 당신은 7유형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나치게 긴장하고 통제된 자신이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4유형으로 가고 싶은 유혹은 참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의 분노가 4유형의 우울함과 자기 파괴적인 특징과 결합되면 매우 좋지 않습니다. (이건 4유형때 설명이 되겠지만 <주홍글씨>의 이은주씨는 전형적인 4유형이에요. 이분이 1유형인 당신에게 안정감을 느끼고 집착하는 것은 당연해요. 왜냐면 4유형의 위안점이 1유형이거든요)


그런데 같은 1유형끼리는 좋지않습니다.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아직 시나리오밖에 못봤습니다- 을 보면 상대여배우 김지수의 캐릭터도 1유형입니다. 이야기자체가 긴장감이 없는 데다가 인물유형까지 같아서 지루해질 수 있어요. 앞으로는 착해 보이는 사람과 투톱으로 영화를 찍지마세요. 아시겠지만 당신의 선한 이미지는 악역에서도 적용됩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죽인다면 사람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중간첩>같은 경우에는 감독이 당신을 캐스팅한 것 자체가 극중 인물에 이미 호의적인 혹은 동정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봐야될 것 같습니다. 이유 없는 악인으로 나온 경우는 <구타유발자> 정도 일까요. 


마지막으로 당신이 1유형입니다 라고 말해서 미안합니다. 이런 규정은 지으면 안되는 것인데. 뭐든지 언어로 단정을 지으면 고착화되는 데 말입니다. 부디 선한 이미지는 유지하면서 다른 많은 캐릭터를 연기해보시기 바랍니다. 



[한석규의 필모그래피]

구타유발자들 (2006) - 문재

음란서생 (2006) - 윤서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2006) - 심인구

그때 그사람들 (2005) - 주 과장

미스터주부퀴즈왕(Mr.주부퀴즈왕) (2005) - 진만

주홍글씨 (2004) - 이기훈

이중간첩 (2003) - 임병호

텔미썸딩 (1999) - 조형사

쉬리 (1998) - 유중원

8월의 크리스마스 (1998) - 정원

접속 (1997) - 동현

넘버 3 (1997) - 태주

초록물고기 (1996) - 막동이

닥터봉 (1995) - 봉준수

은행나무 침대 (1995) - 수현

말미잘(엄마와별과말미잘) (1994) - 사은특별출연


PS: 본문의 에니어그램 이론은 [내 안에 접힌 날개]에서 인용하였습니다.




** 이글은 제가 온라인 영화비평 네오이마주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칼럼에 2007년3월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