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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수첩/메모

[교보 eBook] 박완서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씨의 책은 많이 읽지 않았지만 나는 그를, 아니 그녀를 좋아한다. 정말로 좋아하게된건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고부터이다. 박완서씨는 내가 나인걸 자랑스럽게 만든다. 내가 여자라는게 내가 한국인이라는게 내가 살림하는 여편네라는게 가치있는 일로 느껴진다... 그래서 그녀가 좋다. 밑도 끝도 없이 웬말이냐면 설명하기 귀찮다. 그냥 그녀의 글을 읽으면 그런 생각이든다.

그녀가 평범한 주부로 있다가 마흔 불혹의 나이로 늦깍이 데뷔를 한 소설가로 묘사되곤하는데 6.25당시 서울대학교 국문과에 재학중이었으니 일반과는 다르긴하다.

이책은 수필형식으로 그녀가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출간한 책으로 알고 있다. 난 왜 책을 다 읽고나서야 그녀가 죽은사실을 떠올렸는지... 책을 구입하고 읽을때는 전혀 왜 생각이 안났는지. 그래서 책을 끝내고 잠시 허망했다.  그리고 안타까웠다. 여든이 넘었으니 천수를 다 누렸다고 볼수있으나 그래도 아쉽다.

소설가라는 직업을 예외로하고 일흔이 넘은 노인이 일상에서 겪는 일들과 정원을 가꾸면서 느끼는 노동에 관한 이야기가 전반에 나온다.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하여 6.25의 상처에 대한 기억과 자식을 앞서보낸 아픈 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뒤에는 여행을 하며 겪은 이야기와 서평들이 묶여져있다.

그러니 이야기가 시간순이거나 사건순이거나 하는건 아니다. 그래도 나이들어 그녀가 느끼는 일상과 그녀 삶에 대한 후회와 연민과 반성이 들어있다. 그녀가 소설가 박경리씨가 죽고나서 그분께 지은글이 있는데, 그걸 읽으면 그녀의 따뜻한 성품과 유머가 들어있다.  유머... 내가 느끼는 그녀에 대한 인상. 어느글의 서평에서 그녀가 노트북을 고치는데 고장난 것을 수리하는 사람이 할머니 고생그만하시라는 말을 전했고... 그글에 얼마나 웃었던지.

나도 유명한 문인이었으면 지척에서라도 얼굴인사라도 했을텐데. 시나리오 작가랑 소설가랑은 아주 다르지만 그래도 혹시. 지금 글을 쓰고있지않으며... 유명해질 가능성2%도 안되는 지망생나부랭이가 아쉬움에 못내 아쉬움에 그냥 한탄해본다.

전자책이라 본문의 내용을 찾기가 쉽지 않다. 책을 휘리릭 넘기며 아, 그대목!할 수 있는데 말이다. 검색기능이 해당페이지만 되어서 말이다. 참 아이러니하지.


추신:
갤럭시탭으로 책을 읽으면 참 편하다. 아기와 자면서 옆으로 누워서 보기도 좋고, 전철이나 밖에서 보기에도 편하다.  7인치 화면은 문고판 책을 읽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더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아무때나 책을 볼 수 있는 자유가 있는 시간의 사치자들은 굳이 전자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나도 혼자만의 공간 혼자만의 시간이 있다면 기꺼이 책을 사서 보고 싶다. 전자책이라고 더 싼거 같지도 않은데... 소유하지 못하는 이 공허감. 그래도 오다가다 읽기에 좋고 불꺼진 방안에서 아기옆에서 티안나게 읽는 즐거움이 있다. 책이 환하게 빛나니 글자들이 읽기 수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