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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수첩/메모

호두까기 인형, 아름다움의 무게



호두까기인형. 얼마만에 보는 발레인지 모르겠다. 돈과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다기 보다는, 아이를 키우면서 이런 여유가 없었던거 같다. 


4층 꼭대기 층이라 사람이 작게 보이기는 했는데, 군무가 많아서 1,2층은 잘 안보일 거 같기도 했다. 예술의 전당에서 '오페라 하우스'에서 뭔가를 본적은 없는 거 같다. 그래서 급격한 경사가 낯설었다.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는 발레를 산뜻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장난감(?)으로 나온 배역들덕분이었다. 백조의 호수에 나왔을 법한 여자 무용수들의 의상과 군무는 클래식하고 아름다웠는데 어쩐지 너무 자연스러웠다. 


그에 비해 종이인형처럼 옆으로 걷고 부르르 떨고 뭔가에 조종당하는 것처럼 움직이는 장난감들은 너무나 근사했다. 러시아 중국(?) 등 민속풍 의상을 입은 장난감들은 빛나는 의상처럼 독특한 춤을 구사했다.


글래스라는 망원경을 빌려서 구경했는데 너무 오래보면 눈이 아프다. 글래스를 거쳐 보면 너무나 아름다운 의상에 넋이 나간다.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는 어떤 장면이 인상적이냐고 묻자 옷이 예쁘다는 대답을 했다. 나도 좀 그랬다. ㅎㅎ


솜털처럼 가벼운 걸음걸이와 사각사각 거릴것같은 겹겹이 입은 화려한 의상. 그리고 무대장치에 눈이 갔다. 서너겹으로 장치된 무대는 안이 굉장히 깊어서 입체감이 뛰어나다. 둥글게 회전하는 무대보다 이렇게 겹겹이 장치된 무대가 안정감이 있는 것 같다. 


호두까기 인형은 내용을 잘 몰랐는데 다 보고 나서도 잘은 모르겠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무도회가 있던밤, 주인공 소녀가 받은 호두까기 인형이 꿈나라에서 멋진 왕자님이 된다. 신나는 장난감 나라. 쥐들이 쳐들어 오고 소녀와 호두까기 인형이 시련을 당한다. 마지막에 호두까기 인형이 쥐들을  물리치고 소녀와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한가지 눈여겨볼 것은. 호두까기 인형과 소녀가 어린이였다가 꿈나라로 가면서 어른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어린이가 맡은 호두까기 인형은 정말 너무나도 귀여워서 볼을 꼬집어 주고 싶을 정도이다. 


제목에 '아름다움의 무게'라 표현했는데. 공연의 아름다움은 발레리나가 발끝으로 걷는것처럼 가볍지만 가슴에 묵직하게 다가왔다.


발레공연에 초대해준 작은 언니에게 감사를 표하며, 끝으로 커튼콜 영상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