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쓰고 있는 시나리오가 실연에 관한 것이었는데, 방안에서 무미건조한 벽만 쳐다보고 쓰는 것이 힘들어 음악의 힘을 빌었다. CD를 찾는데 전부 게임시디다. 할 수 없이 싫어하는 사람이 구어 준 컴필레이션 CD를 트는데 ‘그대안의 블루’ OST가 귀에 꽂혔다. 못 본 영화인데도 이 익숙한 음악이 계속 거슬리고 가슴에 남는다. 그러다가 지하철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있는데 그 음악이 딱 흘러나왔다. 그런 인연으로 재고를 끝내고 ‘그대안의 블루’ 시나리오를 서초동 자료실에서 찾았다.

처음 기획단계의 시나리오에는 작의나 기획의도 그리고 시놉시스가 붙어있어서 그걸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완성된 시나리오에는 그것이 들어가지 않아서 대부분의 작품은 본문부터 읽을 수밖에 없는데 자료실에서 ‘그대안의 블루’의 작의를 추가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가 가장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나쁜 것일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사랑이 싫다. 그것은 아마도 사랑을 사랑해서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 작품에서 이 시대의 가장 큰 우상인 사랑을 파괴하고자 한다.
... (중략)...

이 영화는 낭만적사랑이라는 아름다운 꿈을 가진 한 여자가
자신을 가두었던 사랑의 낭만적 굴레를 벗어버리고, 현실에 안주하는
여성의 모습을 거부함으로서...
새로운 여성의 삶의 자세를 제시하고 있는 女性映畵이다.

나는 사랑이 싫다!”



1. 고독에 대해서

사실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찰나의 한 장면인데, 이 생각에 수정을 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화면보다 음악이 더 가슴에 더 깊이 남는다고... 음악은 영화 곳곳에 숨어있는  고독을 붙들고 그것을 더욱더 형상화 시켜주고 있다. 오늘은 이 고독한 음악을 들으며 시나리오를 읽어보려고 한다.

블루라는 색이 주는 우울함에서 기인하는지 모르지만 사랑이 없다고 말하는 남자나 낭만을 꿈꾸는 전문직여성이나 고독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

파란색 과잉으로 표현된 현재진행형의 시간흐름과 천연색으로 표현되는 과거... 그런 영상들보다 기억에 남는 건 한낮의 도로로 웨딩드레스를 입은채 뛰어든 유림이다. 이후의 여러 대사들보다 더 인간적이고 더 솔직한 모습이라고 생각이 된다. 결혼식장에서 뛰쳐나오면서 거리를 활보하기까지 짧은 그녀 유림의 움직임 속에서 나는 고독을 느꼈다. 유림이 호석이 보낸 비디오속의 자신을 보는 것만큼, 푸른색 화면에서 유리창만 닦고 있는 것만큼, 마비된 손만큼 이나 말이다.




    씬 4        고속도로진입로        (외/낮)

    한낮의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도로위를 빠른 속도로 교차되는 차량들.
    <부산>방향표시판아래의 노변분리대를 넘어오는 여자의 상체.
    웨딩드레스를 걷어올린 유림이 힘겹게 고속도로변으로 올라선다.
   
    하행선의 차량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유림. 대형트럭이 위협적으로 스친다.
    몇 대의 차량이 그대로 지나치자 유림은 더 적극적으로 차앞을 막아서려한다.
    흰색 코란도가 유림을 지나쳐 달리다가 저만치에서 급정거한다.
    유림이 반색을 하고 달려가, 얼른 코란도 뒷좌석에 오른다.

    정차한 코란도의 내부, 운전석의 사내가 옆좌석의 젊은 여자에게 차겁게 말한다.

호석        내려!
유림        예? 저요?
여자        그래도 결혼할때까지는 이 일을 마루리짓고...
호석        (같은 톤의 음석, 차갑다) 내려
   
    옆좌석의 여자는 마침내 화가 나서 도어를 옆고 내리며, 소리친다

여자        나도 더 이상 당신같은 사람하고 일할 생각 없어!

    여자가 문을 쾅 닫으면, 출발하는 호석의 코란도.


영화를 보면서 10여년사이에 사람이 참 많이 바뀌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행도 말투도 대사도 생각도 ... 그 당시에는 분명히 멋있었을 그런 것들이 벌써 옛것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아직도 멋지게 보이는 것 하나는... 그 공간이다. 둘이 같이 있어서 더 외로워지는 호석의 작업실이다.


    씬 32        호석의 작업실        (내/밤)

    유림이 도안용 책상에 앉아 드라이마카로 칼라이미지 스케치를 하고 있다.
    빠른 손놀림, 터치가 거칠다. 흰색도화지에 칠해지는 적, 녹, 보색의 칼라들.
    호석의 자리 옆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유림의 작업공간이 만들어졌다.
    호석은 커피를 마시며 의자에 눕듯이 앉아, 컴류터스크린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유림이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철로변의 한 여자 뒷모습, 그앞으로 지나치는
    기차와 창가의 한 남자가 부드러운 연필터치로 스케치된다. 남자의 모습이 유난히
    강조되고 있다. 한숨을 길게 쉬는 유림, 고개를 돌린다.

유림        선생님. (조금 크게) 이선생님! (자리에서 일어난다)
        화장실은 갔다와도 돼죠?

    호석이 시선을 다시 컴퓨터로 옮긴다. 유림이 작없실을 가로질러 출입구로 간다.

호석        왜 자꾸 바깥 화장실을 가지?
유림        저 안에서 어떻게 용변을 봐요? 소리도 다 들리고,
             위아래가 다 뚫려있는데.
호석        그게 어때서...? 저기서 봐. 카페화장실은 벌써 문 닫혔으니까.

    유림은 인상을 찡그리며, 구석에 나즈막한 칸막이로 둘러진 곳으로 들어간다.
    밖에서 다리와 머리가 아래위로 훤히 보이는 화장실, 유림이 앉는다.
...(중략)...


음악과 공간외에도 한가지 더 고독하게 보여지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남자가 비디오로 여자를 찍고 혼자서 그걸 감상하는 장면이다. 남자가 여자를 카메라를 통해서 관찰한다는 발상자체는 그다지 신선하지는 않지만 이 영화에서는 극 분위기를 잘 살렸다고 본다. 여자와 한 공간안에 있으면서도 남자는 그 실체를 부정하고 카메라를 통해서 한번 걸러진 허구속의 대상에 집착한다. 같이 있어서 더 고독한 한 순간이다. 영화는 그 남자가 비디오로 형상화된 그것을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그 결과물을 여자가 바라보게 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소통의 순간은 아니다, 단지 여자는 타이밍이 좀 늦었지만... 남자가 자기에게 모종의 관심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 몰래카메라의 ‘악취미’가 ‘러브레터’같은 의미로 전달되지는 않는다. 여 주인공이 그걸 들고 이태리까지 가서 전해주고 온 걸 보면 말이다.


    씬 109        <현실> 유림의 아파트    (내/밤)

    비디오화면이 C.U. 되어 보여진다. 흔들리는 화면의 빠른 편집으로

    --대구매장에서 유림이 잡았던 호석의 모습이 잠깐 비치고 나서 유림이
    가위로 웨딩드레스를 자르는 모습이 나온다(블루톤)
    --남대문시장에서 옷파는 유림(그린)
    --록카페에서 춤추는 유림(마젠타)
   
    잠시 화면이 치지직거린후
    유림이 처음 작업실에 찾아와 시다로 매장에 가서 일할때의 모습
    --일에 지쳐자는 유림의 모습
    --비키니 차림으로 여름을 느끼려고 발버둥치는 유림의 모습
    --화장실에서 팬티차림으로 나오는 유림의 모습
    --새벽, 매장에서 졸고있는 유림의 모습
    --화를 내며 일꾼들을 몰아치는 유림
    --아크로폴리스 쇼윈도 앞에서 팔짝뛰며 환호하는 유림의 모습
    --그리고 유림의 독특한 제스처들
    이러한 유림의 모습이 활발한 음악을 배경으로 빠르게 편집되어 흘러간다.



2. 사랑에 대해서

사회초년생처럼 이론으로 무장된 사랑과 섹스와 직업에 대한 말들이 여기저기 깔려있어서 참 재미있었다. 언어라는 것은 이상하게도 여러번 반복을 거듭하면 의미가 달라진다. 두어번 말하면 강조가 되는 것이 횟수가 늘어날수록 반어적인 표현으로 바뀐다.

이 영화에서는 사랑이 없다고 떠들면서 유림에게 집착하는 행동을 보이는 호석이 대표적으로 그렇다. 아래씬의 대사는 영화에 그대로 옮겨져 있지 않지만 호석은 영화 곳곳에서 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한다.


   씬 34        호석의 작업실        (내/밤)

    앞의 장면은 작업실의 벽면에 투사되는 슬라이드사진들과 연결된다.
    유림은 자신이 포착한 멋있는 장면들이 나올때마다 환성을 자아낸다.

호석         완전히 예술하고 있군.

    유림은 호석의 반응이 탐탁치 앉자 슬라이드를 멈춘다. 다시 작동하는 호석.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무감각한 모습들이 계속 나온다.

호석        잘봐. 사람들을. 싸구려 감정으로 치장된 얼굴들을.
유림        내가 보기에는 별표정이 없는데요.

    손을 맞잡은, 포옹을 하는, 귀엣말을 나누는 연인들의 슬라이드가 비춰진다.

유림        저런 감정도 싸구려에요?
호석        쓰레기같은 감정에 애정을 갖지마. 디자인에는 별 도움이 되지않아.

    유림이 동의할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호석이 슬라이드를 끄고 실내등을 켠다.

호석        뭘 찍어보라고 했는지 기억해?
유림        그럼요... 도시의 다양한 실루엣과 그리고... 노출된 이미지
        (포켓에서 종이를 꺼내 보며) 개별매장의 얼굴들, 시각적 차별성,
        단순성과 친화력...

    유림은 씁쓸히 웃으며 종이를 구기고 호석을 빤히 쳐다본다.

호석        내가 유림에게 원하는 것은 좀도 깨끗한 생각이야.
             사랑보다는 섹스가 깨끗하지.
유림        어떻게 사랑보다 섹스가 더 깨끗하죠?
호석        결국 섹스하기 위해서 사랑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거 아냐?
유림        무슨 얘긴지 모르겠네요.
호석        아무런 지적 호기심도 없는 여자군, 가르칠 의욕마저 잃게 만들고 있어.
유림        가르쳐달란 말 한적 없어요. 억지로 하는 거지.

    전화벨소리. 호석이 녹음한 자동응답기가 작동된다.
    이어 여자의 음성이 들린다 “나 X예요..”. 호석이 수화기를 들고 자리를 옮긴다.
    유림은 슬라이드를 대충 모아, 서랍안에 쓸어담는다. 미간을 찡그린채
    호석이 자켓을 걸치고 외출준비 한다.

호석        내가 한 말 잘 생각하면서, 니 육체를 객관적으로 보란 말이야.

    문을 닫고 나가는 호석, 유림은 일어나 쓰레기통을 걷어찬다.
    스탠드식 대형거울에 비친 자기의 실루엣을 바라본다... 거울로 다가가 선다.
    후광을 받는 거울속의 자신을 빤히 바라보다, 천천히 셔츠의 단추를 벗겨낸다.

...(중략)...


 유림이 자신의 애인이었던 승찬과의 일을 생각하는 것조차도 용납득하지 못했던 호석은 단지 여자는 사랑 때문에 일도 제대로 못한다는 말로 자기방어를 한다. 아래 대사들은 영화속에서는 대부분 생략이 되었는데 그는 이와 비슷한 주장을 영화내내 하고 있다.

    씬 51        한강다리         (외/밤)

    유림이 차에서 내리자 호석의 코란도가 출발한다. 유림은 격한 감정이 앞선다.
    차뒤에다가 대고 유림이 악을 지른다.

유림        야. 내가 사랑하는데 니가 무슨 상관이야.

    호석의 코란도가 급하게 후진하며 유림에게 달려온다. 호석이 내린다.

호석        난 사람을 잘못봤어. 너도 여느 여자와 똑같아. 단지 인생을 몽상적인
             연애감정으로 살아가려는 한심한 계집애일 뿐이야. 내게 필요한
             사람은 그런 쓰레기같은 감정이 없는 사람이어야해.
             넌 쓰레기야. 구역질이 난다.

    유림이 한마디 변명을 하려는데 호석은 코란도에 올라타 그냥 달려간다.
    화가 난 유림, 차를 쫓아가 문을 잡는다.

유림        그깐 돈 때문에, 인간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도 되는거야!

    호석이 차를 세운다. 유림이 중심을 잃고 바닥에 넘어진다.
    급하게 차에서 내리는 호석, 유림에게 달려들듯 다가와 소리를 지른다.

호석        너같은 한심한 여자와는 계약이고 뭐고 필요없어. 당장 그만 둬.
              다시는 찾아오지마. 이제 네멋대로 사랑을 하든 죽든 상관않을테니.

    호석은 차에올라 악세레타를 밟고 한강다리를 건너가 버린다.
    유림이 일어서서 소리를 지르는데, 비와 차소리에 묻힌다.


그럼 이제 갓 학원을 나온 디스플레이어를 직원으로 채용하고, 24시간 같이 지내고, 끝없이 후원을 해주며, 해고를 시킨후에도 조건 없이 받아주는 호석의 행동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는 진정으로 사랑을 쓰레기라고 생각하는가?

 

   씬 65        호석의 작업실        (내/밤)

    텅비고 쓸쓸한 작업실.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않아 지저분해져 있는 모습이
    이전과 대조적이다. 작업실내의 대형모니터에서는 SF 미래도시가 보여지는
    화면이 무겁게 흐르고 있다. 소리는 없다. 작업실 구석에 석고상처럼 미동도
    않고 앉아있는 꺼칠한 호석의 모습.
    이때 조용히 노크소리가 나고 대답이 없자 유림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호석은 고개를 돌려 유림을 한번 무성의 하게 바라보고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유림        몇 달만인가요.
호석        ...
유림        일을 같이 했으면 해요.
호석        글쎄. 일이라......... 하지만 작업실을 쓰고 싶으면 쓰십시오.

    유림은 호석의 존대말이 낯설어 잠시 머뭇거린다.

유림        미안하지만 이호석이라는 이름이 필요해요.
호석        ......

    호석은 유림이 말을 다듣지 않고 자신이 금방하고 있던 컴퓨터 앞으로
    다가간다. 그는 화면위의 그래픽시안위에 붉은 색으로 엑스를 마구 그어댄다.
    유림은 책상위에 가방을 올려 놓으면서 호석의 심상치 않은 행동을 바라본다.


호석은 분명히 말과 행동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그에 비해서 사랑이 있다는 것을 믿었던 여자 주인공의 남자 주인공에 대한 감정선이 극중에서는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지는 않다. 물론 영화속에서 그의 애인이라는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고 빠져들고 만나고 헤어지고 그러한 반복속에서 다른 사람과의 결혼이 있을 뻔하고 또 결국 그 애인과 결혼까지 한다.

이 여자 유림은 사랑을 믿지만, 그 대상이 호석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고독한 것인가. 사랑을 믿지 않는 남자는 사랑을 하고 사랑을 믿는 여자는 사랑을 안하고... 어쨌든 유림도 일과 사랑에 대해서 남다른 철학(?)을 펼친 호석을 닮아간다.


씬 79        삼성건설 아파트 모델하우스 안 (내/밤)

...(중략)...

유림        아까 작업실로 X라는 여자가 전화했어요... 애인인가요?
호석        서로의 일에 간섭하지 말자고 했어.
유림        어떤 여자인지만 알고싶어요. 그 콧대높은 이호석을 멋대로
             오라가는 하는
호석        나도 몰라, 우린 서로의 이름이나 직업조차 묻지 않으니까,
              알 필요도 없고
유림        웃기는군요. 스파이들 접선하는 건가! 섹스파트너인가 보죠?
호석        그래. 서로 배설이 하고 싶을 때 연락하기로 했지. 그것만 약속했어...
              X도 그걸 원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섹스만.



    씬 90        모델하우스 내부        (내/밤)

...(중략)...
    서로 시선을 피하고, 유림은 담요를 침실로 옮긴다.

유림        같이 한다는 조건이라면 생각해보겠어요.

    그대 호석의 핸드폰이 울린다.

호석        네, 누구요?.... 크게 말씀하세요.
(X)          X예요, 파크호텔 507호에 있어요.
호석        아 엑스 .... (잠시 망설인다) ...
유림        (눈치를 채고) 핸드폰 좀 안가지고 다니면 안돼요? 일도 안하는 사람이!

    유림을 등지고 전화를 받던 호석은 유림의 말에 돌아본다.
    유림이 어느새 옆에 서있다.
    유림이 호석의 손바닥에 뭔가를 쥐어준다. 펼쳐보면 콘돔이다.

유림        일은 일, 성생활은 별개니까. 자세한 얘기는 갔다와서 하죠.
호석        (쓴 미소를 지으며 콘돔을 받아든다)고맙군.

    호석이 유림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난후 나간다. 유림은 나가는 호석을 바라보다가
    남은 캔맥주를 확 들이켜다가 빈깡통이자 벽으로 던져버린다. 유림 옷을 챙겨든다.



유림은 차로 호석을 X에게 데려다 주다가 어느 고급스런 가게의 쇼윈도를 받아버린다. 영화에서는 유림이 호석에게 어떤 감정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시나리오에서는 호석이 일을 전부 그만두고 사업자등록증을 유림 앞으로 옮겨준다고 해서 유림이 옷가게를 받아버린 것으로 나온다. 앞으로 일하게 해주겠다는 유림...

영화중에서 제일 편안하게 느낀 장면은 유림이 호석을 찾아서 이태리로 간 장면들이다. 감정과 색깔과 대사의 과잉으로 얼룩져있던 영상에서 모든 색을 빼버리면서 인물에 집중하게된다. 기차역에서 헤어지는 장면들은 옛날 흑백영화를 보는 것같이 로맨틱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그렇다. 러브러브모드로 돌아가는 것일까?

영화는 유림과 호석이 섹스하는 것으로 일단의 긴장을 해소하며, 이야기 마무리를 위해서 유림이 남편과 헤어지고 일에 열중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 영화가 멜로이면서 색다르게 보이는 것은 남녀 두 주인공이 서로 사랑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꾸며져있지 않다는 데 있다. 하지만 영화가 대사로 뱉어버린 사랑에 대한 거추장스러움과 그것에 대한 불필요함이 역설적으로 그것에 대한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결과를 낳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묻고 싶다. 감독님, 정말로 사랑이 싫으셨나요?


감독: 이현승/ 각본:이현승/ 각색:여균동, 김성수



** 이글은 제가 네이버카페 월간시나리오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칼럼에 2009년11월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

출처: http://www.sheiswriter.kr/279?category=772829 [살림하는 작가]
** 이글은 제가 네이버카페 월간시나리오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칼럼에 2009년11월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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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제가 온라인 영화비평 네오이마주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칼럼에 2006년6월에 게재한 바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