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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왕의 남자', 不悔 후회하지 않는다 一. 시작은 민망하게 평촌 CGV에서 아침에 ‘왕의 남자’를 보는데 민망해서 죽을 뻔 했다. 옆자리에 환갑을 넘긴 엄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윗 입을 채워주랴, 아랫 입을 채워주랴’ 하고 공길이 물구나무를 서서 다리를 쫙 벌리는데 턱이 빠지는 줄 알았다. 엄마가 옆에 없어도 민망했을까? 다른 영화에서의 침실에서 혹은 차안에서 벌이는 정사는 그것이 오럴이든 애널이든... 쓰리썸이든 스와핑이건 그것은 관습적인 것이다. 그 장면을 열쇠구멍으로 훔쳐보든 당사자가 되어 즐기든 이것은 익숙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통상적인 베드신보다 ‘왕의 남자’에서 그 패거리들이 벌이는 놀이마당이 더 낯 뜨거운 것은, 감히 말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공개적으로 폭로하기 때문이다.관음의 시선이 아니라 마치 관객자신이 그.. 더보기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멋진 하루', 허허족에 대한 연민 혹은 한탄스러움 #11. 골프 연습장...(중략)...병운 어. 앉어 희수야. (웃으며) 갑자기 와서 돈을 갚으라니까, 저도 방법이 없잖아요. 너무 자연스럽게 사정 얘기를 하는 게 더 민망한 희수, 최여사 (싱긋 웃으며) 지금 당장은 백만원 정도 밖에 안 되는데 괜찮겠어요? 백만원? 이렇게 선뜻? 희수, 뭐라고 대답 할지 몰라 병운을 흘끗 쳐다본다. 병운 (당당하게) 뭐, 대충 그 정도도 괜찮지? 희수 (어정쩡하게 고개를 끄덕) 최여사, 검은 양복의 남자에게 손짓을 하면 남자 밖으로 나간다. 병운 웬만하면 이렇게 와서 돈 달라고 할 친구가 아닌데,, 사정이 딱한가봐요.. 좀 도와 주세요.. 최여사, 희수를 물끄러미 본다. 희수, 뻘쭘해서 시선을 돌린다. 최여사 가여워라.. 이렇게 이쁜데.. 병운 아, 여사님 드리려고 선.. 더보기
애니어그램에 따른 캐릭터 유형 (0) 프롤로그 시나리오를 쓰는 데는 작가입장에서 두 가지 큰 방법이 있다. 하나는 플롯중심의 글쓰기고 또 다른 하나는 캐릭터중심의 글쓰기이다. 나는 스승의 뒤를 따라서 캐릭터중심의 글쓰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쓴 극본을 보고나서 한 장면도 기억에 남는 게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조차도 내가 만든 가상의 인물을 오랫동안 기억한다. 어떤 이는 내가 만든 인물을 훔쳐가고(?) 싶어하기도 한다. 캐릭터중심의 글쓰기가 정통적인 방법의 것은 아니다. 굳이 정과 사로 나눈다면 캐릭터중심의 글쓰기는 사파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스승의 영향도 있지만 원래 그전부터 오랫동안 나는 인간에 관심이 많았다. 그게 주변인에 대한 것이면 좋았을 것을...... 정말 비인간적이고 차갑다는 욕을 먹으면서도 내내 나는 사람에 대해서 몰래 깊은 관.. 더보기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마더', 마더에게 세상은 보통 문학작품이나 영화에서 ‘엄마’가 언급될 때는 주체적인 한 개인으로서 보다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타자였다. 예를 들면 나에게는 헌신적인 엄마가 있었고 그에게는 이기적이고 사치스러운 엄마가 있었다 혹은 옆집 엄마는 어떠어떠하더라 등이다. 자식을 낳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엄마’라고 불려지며 한계 지어지는 그들에게는 익숙한 이미지가 있다. 오늘 읽은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그 엄마의 익숙한 모습과 낯선 모습이 모두 드러난다. 그뿐이 아니다 [마더]에는 한 가지가 더 있다. 그래서 오늘 이 시나리오를 펼친다. 1. 그냥 마더 영화를 보면 왜 봉준호 감독이 주인공으로 김혜자를 고집했는지 알 수 있다. 김혜자에게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마더의 이미지가 들어있다. 울엄마 혹은 옆집엄마가 가지고 있을.. 더보기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첫사랑(93)', 한 편의 시를 띄워본다 이명세 감독의 ‘첫사랑’은 이명세 감독과 양선희씨가 시나리오를 썼다.스토리로 본다면 대중적이고 컨벤션에 충실한 이명세 감독의 영화들. 하지만 화면은 항상 남다르다. 그래서 그 화면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어느 순간에는 반하게 된다. ‘첫사랑’은 사전정보 없이 보게 되면 언제 만든 것이고 어느 시대가 배경인지 짐작하기가 어렵다. 헤어스타일과 의상은 70년대, 김혜수의 오바된 목소리는 더 이전을 떠올리게 하고, 연극적인 세트들은 해방 전후 같아보여서 도무지 시대를 짐작할 수가 없다. 시나리오에는 70년대라고 표기가 되어있으나, 이 시대 불명의 영화에서 묘하게도 어떤 판타지를 느끼게 한다. 군데군데 나타나는 파스퇴르우유의 광고 같은 그 궁서체의 자막들이며 뜬금없는 별빛이며 신파조의 대사들까지도 영화 전체를 관통하.. 더보기
[시나리오] 번지점프를 하다 아, 칼럼에서 자꾸 시나리오로 검색이 들어와서 올립니다. 감독 : 김대승각본: 고은님제작사: 눈 엔터테인먼트배급 : 브에나 비스타 인터내셔널코리아,월트디즈니컴패니코리아㈜영화사업 관련글: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번지점프를 하다', 그래도 고은님이 그립다. 더보기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오로라 공주', 약한자의 분노 ‘오로라 공주’라니. 하도 제목이 이상해서 별로 관심을 두지 않던 작품인데, 몇 년 전 제목만 들었던 ‘입질’이 원작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거슬러 올라가 ‘입질’ 시나리오를 구하는데 찾기가 어려워 청량리 홍릉자료실을 찾았다. 집에 도착할 무렵 마지막 장을 덮는데 무관심하게 지나쳐버린 필자의 과거 한 시점이 생각났다. 대학 다닐 때 학교 정문에서 한 여학생이 남자애들에게 둘러싸여서 매 맞고 있는 상황이다. 내가 목격한 것은 한 10초 정도였다. 기억나는 것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과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는 것, 무슨 일인지 주춤하는 사이에 수위아저씨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여대였고 맞는 학생은 분명히 우리학교 여자애였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피해자에게 버림받았던 남친의 친구들이 몰려와 .. 더보기
[시나리오 읽어주는 여자] 무대뽀 정신을 설파하신 '넘버 3' 선생 이 영화에는 필자가 살아온 이력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욕설과 단어가 난무한다. 이런 욕과 은어는 ‘뺑끼통’이란 소설 이후 처음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마 초등학생이었던 거 같다. 이때는 가끔 큰언니나 아빠가 읽는 소설을 몰래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뺑끼통’은 진짜 읽으면서 더럽고 무서운 기분이 들었던 거 같다. -- 년도를 정확히 기억해보려고 인터넷 교보문고에 갔더니 검색이 되지 않는다. 세상에나... 네이버에도 없고, 그런 책이 있기는 했던 걸까--‘넘버3’ 선생의 말투는 거칠다. 보통이 씨-발이고, 기분 좋으면 좆-까라고 하고 도무지 적응이 안된다. 필자가 2002년 시나리오를 배운다고 설레발이 칠 때부터 배운 게 많다. 포카, 화투, .... 그리고 욕설. 사실 지금 영화를 보니 이해가 더.. 더보기